채권가격은 시장금리가 변할 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의 가격은 상승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1%포인트 움직였을 때 채권가격은 정확히 얼마나 변할까요?
같은 금리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채권의 가격이 동일한 비율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만기와 표면금리, 시장수익률, 현금흐름의 시점 등에 따라 가격 민감도가 달라집니다.
이러한 금리위험을 분석하기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인 개념이 듀레이션(Duration)과 컨벡서티(Convexity)입니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가격의 1차적인 민감도를 보여주며, 컨벡서티는 금리와 채권가격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점을 보완합니다.
채권이나 채권 ETF에 투자할 때 예상수익률만 확인하는 것보다 듀레이션과 컨벡서티를 함께 이해하면 금리 변화가 투자자산에 미칠 영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1. 채권가격과 금리는 왜 반대로 움직일까?
채권은 미래에 받을 이자와 원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가격을 평가할 수 있는 금융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연 3%의 이자를 지급하는 기존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해 비슷한 위험을 가진 새로운 채권이 연 5%의 수익을 제공한다면 투자자는 기존 3% 채권을 같은 가격에 매수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기존 채권이 다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가격이 낮아져야 합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2%로 내려간다면 기존 3% 채권의 상대적인 매력은 높아지고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채권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변화의 크기입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듀레이션이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2. 듀레이션은 채권의 금리 민감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듀레이션은 원래 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언제 회수하는지를 현재가치로 가중해 계산한 평균적인 회수기간의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대표적으로 맥컬리 듀레이션(Macaulay Duration)이 있습니다.
채권에서는 만기에 원금만 받는 것이 아니라 만기 이전에도 이자, 즉 쿠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채권의 만기만 보는 것보다 각각의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시점과 규모를 함께 반영해야 실제 금리위험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투자 실무에서 가격 민감도를 분석할 때는 수정듀레이션(Modified Duration)이 많이 활용됩니다.
수정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변했을 때 채권가격이 대략 몇 % 움직일지를 추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수정듀레이션으로 채권가격 변화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수정듀레이션을 이용한 채권가격 변화의 근사식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채권가격 변동률 ≈ -수정듀레이션 × 금리 변화폭
예를 들어 수정듀레이션이 5인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시장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예상되는 채권가격 변화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5 × 1% = -5%
채권가격이 약 5%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가격은 약 5%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수정듀레이션이 10이라면 같은 1%포인트의 금리 변화에도 가격이 약 10% 움직일 수 있습니다.
듀레이션이 클수록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가격의 민감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만기가 긴 채권은 일반적으로 듀레이션도 길어집니다
채권의 만기가 길다는 것은 원금을 돌려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미래의 현금흐름은 금리가 변할 때 현재가치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년 뒤 받을 100만 원과 20년 뒤 받을 100만 원을 비교하면 장기간 뒤에 받는 돈의 현재가치가 할인율 변화에 더 민감합니다.
그래서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장기채권은 단기채권보다 듀레이션이 길고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변동폭도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기채권은 금리가 변하더라도 비교적 빠른 시점에 원금을 회수해 새로운 금리 수준으로 다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장기채권은 기존 금리조건에 더 오랜 기간 묶여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화가 가격에 더 크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5. 만기가 같아도 듀레이션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듀레이션과 만기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두 채권의 만기가 모두 10년이라고 해도 지급하는 쿠폰금리가 다르면 듀레이션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쿠폰이 높은 채권은 만기 이전에 더 많은 현금흐름을 투자자에게 지급합니다.
투자자가 자금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듀레이션이 짧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쿠폰이 낮은 채권은 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이 만기 시점에 집중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로쿠폰채권입니다.
제로쿠폰채권은 만기 이전에 정기적인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만기에 원금을 지급하는 구조이므로 듀레이션이 만기와 동일합니다.
이 때문에 동일한 만기를 가진 쿠폰채권보다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6. 듀레이션만으로 실제 가격변화를 완벽하게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수정듀레이션은 채권가격의 금리 민감도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와 채권가격의 관계가 완전한 직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듀레이션 계산에서는 금리가 조금 변했을 때 채권가격이 일정한 기울기를 따라 움직인다고 근사합니다.
금리가 아주 조금 움직일 때는 실제 가격변화와 비교적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크게 움직이면 듀레이션으로 계산한 값과 실제 채권가격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 컨벡서티입니다.
7. 컨벡서티는 금리와 채권가격의 곡선 관계를 설명합니다
채권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일반적으로 직선이 아니라 휘어진 곡선 형태가 나타납니다.
금리가 하락할 때 가격이 상승하는 정도와 같은 폭으로 금리가 상승했을 때 가격이 하락하는 정도가 완전히 대칭적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옵션이 없는 채권에서는 금리가 하락했을 때 가격 상승폭이 같은 크기의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폭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곡률을 측정하는 지표가 컨벡서티입니다.
듀레이션이 금리와 가격 관계의 기울기를 나타낸다면 컨벡서티는 그 기울기가 금리 수준에 따라 얼마나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8. 듀레이션과 컨벡서티를 함께 사용하면 가격 추정이 정교해집니다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가격을 보다 정교하게 추정할 때는 듀레이션에 컨벡서티 효과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개념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채권가격 변동률 ≈ 듀레이션 효과 + 컨벡서티 효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듀레이션이 1차적인 가격변화를 계산하고 컨벡서티가 곡선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합니다.
금리 변화폭이 작다면 듀레이션만으로도 대략적인 가격위험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크게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컨벡서티를 함께 고려했을 때 실제 가격변화에 더 가까운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채권 투자에서 컨벡서티가 전문적인 위험관리 지표로 활용되는 이유입니다.
9. 같은 듀레이션이라면 컨벡서티가 높은 채권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두 채권의 듀레이션과 수익률, 신용위험 등 주요 조건이 비슷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컨벡서티가 더 높은 채권은 금리가 크게 변하는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 움직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양의 컨벡서티를 가진 채권에서는 금리가 하락할 때 가격 상승효과가 커지고 금리가 상승할 때 가격 하락효과는 상대적으로 완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높은 컨벡서티가 공짜로 제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채권가격과 수익률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컨벡서티 하나만 보고 투자상품의 우열을 결정하기보다 수익률과 듀레이션, 신용위험 등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10. 모든 채권이 동일한 컨벡서티 구조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옵션이 없는 채권에서는 양의 컨벡서티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발행자가 일정한 조건에서 채권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포함된 채권처럼 현금흐름 자체가 금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품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 발행자가 기존의 높은 금리 채권을 조기상환하고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다시 조달할 유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채권에 포함된 옵션에 따라 듀레이션과 컨벡서티의 해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복잡한 채권을 분석할 때 단순 만기와 표면금리만으로 위험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11. 채권 ETF에서도 듀레이션은 중요한 지표입니다
개별 채권뿐 아니라 채권 ETF를 선택할 때도 듀레이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기채 ETF와 장기채 ETF는 모두 채권에 투자하지만 금리 변화에 대한 가격 민감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듀레이션이 약 2인 단기채 포트폴리오와 듀레이션이 약 15인 장기채 포트폴리오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했을 때 다른 조건을 제외하면 단기채 포트폴리오는 약 2%, 장기채 포트폴리오는 약 15% 수준의 가격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대략적인 위험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가격은 수익률곡선 변화와 신용스프레드, 보유채권 교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듀레이션은 채권 ETF가 어느 정도의 금리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빠르게 비교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12. 듀레이션이 짧다고 무조건 안전한 채권은 아닙니다
듀레이션은 금리위험을 측정하는 지표이지 채권의 모든 위험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듀레이션이 짧더라도 발행자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면 신용위험이 클 수 있습니다.
회사채의 경우 시장이 발행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낮게 평가하면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았더라도 채권가격은 변할 수 있습니다.
채권에는 금리위험 외에도 다음과 같은 위험이 존재합니다.
• 발행자의 신용위험
• 유동성 위험
• 인플레이션 위험
• 환율 위험
• 조기상환 위험
듀레이션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투자위험이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13. 듀레이션이 길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닙니다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 상승기에 가격 하락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는 환경에서는 가격 상승폭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장기채권을 보유하는 투자자가 금리 하락을 예상한다면 높은 듀레이션이 수익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금리 방향에 대한 전망이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시장금리의 방향과 움직이는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듀레이션은 높은 것이 좋은지 낮은 것이 좋은지를 판단하는 점수라기보다 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금리위험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측정도구에 가깝습니다.
14. 투자기간과 듀레이션의 관계도 생각해야 합니다
채권투자의 목적이 단기적인 가격차익인지 장기적인 현금흐름 확보인지에 따라 적절한 듀레이션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2년 뒤 반드시 사용할 자금을 장기채권에 투자한다면 금리가 상승했을 때 필요한 시점에 큰 평가손실을 안고 매도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장기간 운용할 자금이라면 단기적인 가격변동만으로 투자위험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개인 투자자와 일정한 만기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채권을 교체하는 채권 ETF 투자자의 경험도 다를 수 있습니다.
투자기간과 상품의 구조를 함께 분석해야 듀레이션의 의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5. 채권 투자에서는 수익률과 듀레이션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높은 채권수익률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매우 긴 듀레이션을 감수하고 있다면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채권의 기대수익률이 4%이고 듀레이션이 3, B채권의 기대수익률이 4.5%이고 듀레이션이 12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B채권은 0.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만 금리가 움직일 때 가격변동폭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0.5%포인트의 추가적인 기대수익을 위해 어느 정도의 금리위험을 부담하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채권을 평가할 때 수익률 하나만 보는 것보다 수익률과 듀레이션, 컨벡서티, 신용위험을 같이 보는 편이 투자상품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듀레이션은 금리위험의 크기를, 컨벡서티는 그 변화의 곡선을 보여줍니다
채권투자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원리를 아는 것은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실제 투자에서는 금리가 움직였을 때 내 채권의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지가 더 직접적인 문제가 됩니다.
듀레이션은 이러한 금리 민감도를 하나의 숫자로 표현합니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도 채권가격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벡서티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금리와 채권가격의 관계가 완전한 직선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 변화폭이 커질수록 듀레이션만으로 계산한 가격변화와 실제 결과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컨벡서티는 이러한 곡선의 특성을 반영해 채권의 금리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채권의 높은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면 그 수익률 뒤에 어느 정도의 금리위험이 숨어 있는지 놓칠 수 있습니다.
만기와 표면금리뿐 아니라 듀레이션과 컨벡서티까지 함께 살펴보면 채권이 금리 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채권투자에서 위험을 이해한다는 것은 금리의 방향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아니라, 금리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을 때 내 자산이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를 미리 알고 투자하는 것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