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표면금리와 시장금리가 채권가격에 미치는 영향

채권을 처음 접하면 금리가 높은 상품일수록 가격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연 5%의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 연 3% 채권보다 가치가 높아 보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판단입니다. 그런데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관계를 이해하려면 채권에 적혀 있는 표면금리와 시장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금리를 구분해야 합니다. 표면금리는 채권이 발행될 때 정해지는 반면 시장금리는 경제환경에 따라 계속 움직입니다. 이미 발행된 채권의 이자 지급액을 시장금리에 맞춰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움직이며 수익률의 차이를 조정하게 됩니다.

1. 표면금리는 발행할 때 정해지는 이자율이다

표면금리(Coupon Rate)는 채권의 액면가를 기준으로 발행자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자율입니다.

액면가 1,000만 원, 표면금리 연 4%인 채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채권의 연간 이자는 40만 원입니다.

• 액면가: 1,000만 원
• 표면금리: 연 4%
• 연간 이자: 40만 원

채권이 발행된 이후 시장금리가 달라진다고 해서 일반적인 고정금리 채권의 표면금리가 함께 바뀌지는 않습니다.

시장금리가 3%가 되거나 5%가 되더라도 약속된 연간 이자 40만 원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바로 이 특성 때문에 금리 변화가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 시장금리는 계속 변화한다

시장금리는 특정 시점에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 수준을 의미합니다. 기준금리뿐 아니라 경제성장 전망, 물가상승률, 채권의 만기, 신용위험, 채권 수급과 투자자의 기대 등 여러 요인이 시장금리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현재 비슷한 신용도와 만기를 가진 신규 채권이 연 5% 수준의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과거에 발행된 표면금리 3% 채권이 액면가 그대로 거래된다면 신규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을 투자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3% 채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려면 이러한 수익률 차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가격이 조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3.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가격이 내려가는 이유

액면가 1,000만 원에 표면금리 연 3%인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채권에서는 매년 30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비슷한 조건의 신규 채권이 연 5% 수준으로 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채권에 1,000만 원을 투자하면 더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기존 3% 채권을 똑같이 1,000만 원에 매수할 이유는 줄어듭니다.

이에 따라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이 액면가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면 기존 채권에서 지급되는 30만 원의 이자와 만기에 받을 액면금액을 현재 매수가격과 비교했을 때의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결국 새로운 시장금리 수준에 맞춰 기존 채권의 가격이 조정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금리 상승과 채권가격 하락의 기본 원리입니다.

4.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가격은 왜 오를까?

반대 상황에서는 기존 채권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액면가 1,000만 원, 표면금리 연 5%인 채권이 이미 발행되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채권은 매년 50만 원의 이자를 지급합니다.

이후 시장금리가 3% 수준으로 내려갔다면 새로 발행되는 비슷한 채권보다 기존 5% 채권에서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존 채권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생기면서 시장가격이 액면가보다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계속 올라갈수록 새롭게 채권을 매수하는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은 낮아집니다. 결국 시장은 채권가격을 변화시키면서 기존 채권과 신규 채권 사이의 수익률 차이를 조정합니다.

5. 채권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핵심

여기까지의 관계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장금리 상승 → 기존 채권의 상대적 매력 감소 → 채권가격 하락 압력
• 시장금리 하락 → 기존 채권의 상대적 매력 증가 → 채권가격 상승 압력

이 관계에서 표면금리 자체가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정해진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수익률에 맞춰 평가하면서 채권의 현재 가격이 변하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만기수익률(YTM)도 이 과정과 연결됩니다. 채권가격이 내려가면 동일한 이자와 만기상환액을 더 낮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으므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YTM은 상승합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납니다.

6. 만기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가격 변화가 달라진다

시장금리가 1%포인트 움직였다고 해서 모든 채권가격이 동일하게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많이 남은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기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기가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채권은 곧 액면금액을 상환받게 됩니다. 반면 만기가 20년 남은 채권은 앞으로 오랜 기간 기존 조건에 따라 이자를 받게 됩니다.

시장금리가 크게 올라갔다면 장기간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하는 기존 장기채권의 상대적인 매력이 더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금리 민감도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때 활용되는 개념이 듀레이션입니다.

7. 표면금리도 금리 민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기뿐 아니라 표면금리 역시 채권가격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습니다.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은 투자자가 받게 될 전체 현금흐름 가운데 만기 시점의 원금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이 더 먼 미래에 집중될수록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높은 쿠폰을 지급하는 채권은 투자기간 중 더 많은 현금흐름을 앞선 시점에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기가 동일한 채권이라도 표면금리에 따라 듀레이션과 가격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채권가격을 분석하면서 만기만 비교해서는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8. 시장금리가 변해도 만기 보유와 중도 매도의 결과는 다르다

채권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에게 즉시 같은 크기의 손실이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고정금리 채권을 매수한 뒤 시장금리가 상승해 시장가격이 내려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투자자가 중간에 채권을 매도한다면 하락한 시장가격이 실제 투자성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발행자가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다면 중간의 시장가격 변동을 바라보는 의미는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만기 보유에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신용위험이 존재하며, 낮은 금리의 채권에 자금이 묶이는 동안 더 높은 시장금리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회비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투자기간과 자금 사용 시점을 채권의 만기와 함께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9. 채권 ETF에서는 금리 변화가 더욱 체감될 수 있다

개별 채권과 채권 ETF의 구조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개별 채권에는 정해진 만기가 존재합니다. 반면 채권 ETF는 여러 채권을 지속적으로 편입하고 교체하면서 일정한 운용전략을 유지합니다.

장기채 중심 ETF라면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이 길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계속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 ETF를 예금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면 예상보다 큰 가격 변동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ETF 이름에 ‘채권’이 들어간다는 사실만 보기보다 어떤 만기의 채권을 보유하는지, 평균 듀레이션은 어느 정도인지, 국채인지 회사채인지 등을 함께 파악해야 합니다.

10. 금리 하락 전망만으로 장기채를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구조 때문에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장기채에 투자하는 전략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장기채는 일반적으로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단기채보다 가격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예상과 반대로 금리가 상승했을 때입니다. 높은 금리 민감도는 상승장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장기채 가격의 하락폭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듀레이션이 길다는 것은 수익성이 무조건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금리 변화에 대한 노출이 크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투자자는 자신의 금리 전망뿐 아니라 전망이 틀렸을 때 감당할 수 있는 가격 변동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11. 금리만으로 채권가격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채권가격이 시장금리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회사채라면 발행기업의 신용상태가 악화되면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채금리가 내려가더라도 회사채의 요구수익률은 충분히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할 수 있습니다.

시장 유동성이나 채권 수급도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특정 채권을 매도하려는 투자자가 급격히 증가한다면 이론적인 금리 관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격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채권의 가격을 볼 때 시장금리와 함께 신용위험, 유동성, 만기, 듀레이션 등을 연결해야 실제 시장의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2. 채권가격은 현재 금리와 미래 현금흐름을 연결한다

표면금리는 채권이 발행될 때 약속한 이자 지급조건이고 시장금리는 현재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수익률입니다. 두 금리가 달라지더라도 기존 고정금리 채권의 이자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채권가격이 움직이며 차이를 조정합니다.

그래서 채권을 볼 때 ‘몇 퍼센트의 이자를 지급하는가’만 보는 것보다 현재 시장금리에서 이 채권의 가격이 왜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표면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를 이해하면 만기수익률(YTM), 듀레이션, 수익률곡선과 같은 개념도 서로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채권가격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앞으로 받을 이자와 원금이라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금리환경에서 평가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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